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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서랍장

코로나 시대 1년 후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작년 이맘 때쯤 스멀스멀 등장했으니 벌써 일년이다. 이렇게 한 해 동안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치열하게 적응해나간 기분이다. 

 

1. 아 삼시세끼란 무엇인가

이런거 먹고 싶다 (출처: 내 구글포토)

나 원래 집밥 무지 좋아한다. 바깥음식은 속이 완전하게 편안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긴 인생 아니었지만 내 평생 이렇게 집밥을 많이 먹은 건 처음이다. 사실 집밥이라고 부르는 것은 푸근하고 숙련된 할머니의 음식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내게는. 허나 지금은 내 손에서 탄생한 미숙한 자취 식단을 집밥이라고 부르고 있다. 포션이 너무 올라가서 이 정도면 집밥이라고 불러야한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내일 점심은 또 뭘 먹어야하나 고민한 적도 있다. 사람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함께 배달시켜먹는 횟수가 줄다 못해 아예 사라지다 보니 혼자서 온갖 식당을 가기도 애매하고, 혼자 배달은 금액이 또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제는 요리가 부담스럽다. 그냥 때우는 거지 뭐! 깨달았다. 삼시세끼 아주 든든하고 건강하게 먹지 않아도 잘만 살아진다는 것을. 젊을 때라 다행이다. 

 

 

2. 사회성이 늘어버렸네

모순적이게도, 코로나 시대는 나의 사회성을 발달시켰다. 원래도 집순이긴 했지만 코로나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엄청난 집순이가 되었다. 자의 반 타의 반도 아닌 생활을 하면서, 한 동안은 사람들이 그리웠다. 사실 지금도 마음 한 켠에 코로나 이전의 삶이 미화되어서 그리운 마음이 종종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게 무슨 가격이람. 익선동 인근 한 가게 메뉴판

이전에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으면서도, 귀찮고 불편하고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이제는 반갑다. 너무 반갑다. 신난다. 아주 신난다.

 

3. 웹엑스, 줌의 향연

온라인 수업을 대하는 나의 표정같다

꽤 좋다. 지난 학기에는 적응기라 별로라고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적응해서 아주 편안했다. 몸이 편하고 덜 피곤하다. 학업에는 좋다고만은 말하기 어렵지만 장점이 은근 있다. 하지만 24시간 중 수면시간 약 8시간 빼고는 모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 같다. 이동시간도 뭣도 없으니 그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