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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건축] 탄허기념박물관, 수서역 근처 도시사찰

안녕하세요 디오니입니다 :)

 

보통 '절'이나 '사찰'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있으실텐데요, 서울시만 해도 이러한 전통사찰을 많이 찾으실 수 있습니다. 조계사, 길상사, 봉은사, 화계사 등등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사찰이 곳곳에 있어요.

 

하지만, 현대적인 사찰은 흔하지 않죠. 그래서 오늘은 수서역 인근에 자리한 도시사찰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탄허기념박물관입니다. (2010년 건축문화대상을 비롯한 여러 수상 경력이 있는 건축물입니다.) 

 

탄허기념박물관 전경


탄허기념박물관 살펴보기

 

탄허기념박물관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탄허' 스님을 기리기 위한 박물관으로 2010년에 지어졌습니다. 즉, [사찰+전시]가 복합되어 있는 공간이지요. 여기서, 탄허 스님은 한국의 불교계를 이끌었던 분입니다. 탄허 스님과 사상과 가르침을 담고 수행하는 공간으로 설계된 이곳은 전통 사찰의 언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평가됩니다.

 

전통 사찰의 언어?

일반적으로, 전통 사찰은 아주 큰 부지에 여러 건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전통 사찰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어떤 자리에 특정 건물이 놓이지 않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큰 법당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을 만들어내고, 하나하나 의미를 가진 배치와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주문-천왕문-불이문-대웅전에 이르는 장면을 의도하여 배치합니다. 건축 용어로는 '시퀀스'라고 불려요.

 

 

탄허기념박물관은 하나의 건물이던데?

네. 맞아요. 탄허기념박물관은 척 보기에 사찰이라고 알아채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굳이 용도를 짐작하자면, 미술관에 더 가까운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가(이성관)는 전통 사찰의 구성 요소를 이곳에 함축적으로 담으려고 했다는 것을 몇 가지의 요소로 알 수 있습니다. 


탄허기념박물관의 특징


■ 108개의 녹슨 철기둥

 

자세히 보면 건물외벽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반투명한 유리 위에 글씨가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금강반야바라밀경’전문이라고 합니다. 이 외벽을 보며 입구로 들어가면 진짜 입구(문)를 향해 뻗어진 길을 따라 108개의 녹슨 철기둥이 세워져 있습니다.

 

흔히 절에 가서 백팔배를 하죠? 그 때 그 108입니다. 상징적인 개수와 '녹슨 철'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의미를 전달합니다. 녹슨 철은 본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 치면 우리의 본성을 가리고 있는 번뇌와 망상을 떨쳐버려 본래의 모습을 보이는 수행의 필요성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곳을 지나며 백팔번뇌를 한 부처를 모신 공간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허공을 삼킨 법당

 

부유하는 법당

 

탄허스님의 법명은 '허공을 삼키다'입니다. 이 탄허스님의 사상을 공간에 구현하기 위하여 법당을 대강당 위에 둥둥 떠있게 했습니다. 기둥 하나 없이 대강당 벽과 틈을 두고 법당이 떠 있는 '집 속의 집' 형태로 부유하는 공간을 완성시켰습니다. 

 

 

천창 아래 금강경이 새겨진 대강당

 

대강당

대강당인 보광명전의 한 벽면은 금강경이 가득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천창에서 쏟아지는 은은한 자연광이 이를 비추죠.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천장에 매달린 기다란 조명이 보입니다. 연등을 나타내는 걸까요?

 

 

중정연못과 108그루의 대나무

 

대강당의 옆으로는 중정연못과 또다시 108그루의 대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물'은 건축적으로 많은 상징성을 담고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수공간은 관리하는 데 현실적으로 돈이 어마무시하게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갔을 때는 연못의 물이 바짝 말라있었어요. 원주 뮤지엄 산에 가면 잘 관리되어 있는 물을 보실 수 있는데 엄청난 노력(돈)이 깃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나무는 지하1층에서부터 3층까지 쭉쭉 뻗어올라갑니다. 내세와 현세를 연결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탄허기념박물관의 위치

 

탄허기념박물관 위치 (출처: 카카오맵)

위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탄허기념박물관은 강남구 자곡동(밤고개로)에 위치해있습니다. 수서역에서 가까워서 도보로 15분, 차로 8분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저는 걸어서 다녀왔었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도심에서 점차 길이 구불구불해지고 건물이 낮고 띄엄띄엄해지면서 산이 점점 보이더니 탄허기념박물관이 나타났습니다.

 

수서역에서 탄허기념박물관 걸어가는 길

 


 

한국에는 산이 참 많죠. 탄허기념박물관도 대모산 자락에 자리해있고, 가까이에 구룡산, 청량산, 금암산 등이 보입니다. 이렇게 산이 많은 지역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요. 그래서 탄허기념박물관은 12m의 높이와 450평으로 면적으로 제한된 조건 안에서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했지만, 길목이 좁아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거대해보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낮에 한적하니 빛이 잘 들어와서 따스하고 아담한 분위기가 납니다. 주말에 가족끼리 나들이 삼아 방문해도 새롭고 좋을 것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서 잠시 닫았다가, 7월 22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 관람은 사전예약제(전화예약:02-445-8486)로 운영되며, 회차별 10명 입장 가능합니다.

- 회차 안내 : 1회차 10시~13시 / 2회차 13시~15시 / 3회차 15시~17시 (월요일 정기휴관)

- 개별관람(5인 이하)만 가능하고 단체관람 및 해설활동은 불가능합니다.

- 예약 인원 미달 시 현장에서 접수 후 입장 가능합니다.

- 마스크 미착용 등 박물관에서 행하는 안전수칙 미이행시 입장이 제한됩니다.

- 관람료는 무료★

 

www.tanheo.org/

 

::: 탄허기념불교박물관 :::

 

www.tanheo.org

 

그나저나 이 박물관의 건축주는 안동수(금강선원 혜거스님)이라고 하는데, 부자 스님인가 봅니다.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