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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넷 뜻과 배경지식 챙겨가세요

안녕하세요 디오니입니다 :)

저도 핫한 주제로 글 하나 써보고 싶어서 테넷 가져왔습니다. 어쩌다가 본 영화였는데, 알고 보니 엄청 핫하네요?

 

영화관에서 챙겨온 포스터 (야호)

 

요즘에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다가, 동네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영화관이 있어서 (괜스레 슬프네요) 목적 없이 한 번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밌어 보이는 영화가 꽤 상영 중이더군요. 

 

오! 문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그리고 테넷 중에 포스터만 보고 엄청 고민하다가 "그래도 놀란 감독인데!" 하면서 테넷을 예매하고 상영관에 들어갔습니다. 영화관에서 고성방가를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세를 내버렸네요.

 


거의 이해하지 못한 자의 변명

 

저는 리뷰도 안 찾아보고 영화를 봐서 이렇게 어려운 영화인 줄은 몰랐어요. 거의 영화보면서 '물리'당했어요. 그리고 러닝타임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영화 끝나고 나와보니 2시간 30분은 지나 있었어요. 이렇게 길다고 전혀 안 느껴졌어요. 그만큼 흥미진진하게 꽉 찬 영화였나 봐요.

 

만약 여러분이, 테넷을 보기 전에 이 리뷰를 읽으신다면 저처럼

 

"어...어?!...ㅇ..ㅓ 뭔지....거의 모르겠어....근데 너무 재밌어!"

 

이런 어리바리한 감상 후기가 남지는 않을 겁니다.

 

 


테넷 뜻이나 알고 가보자

 

네이버 영어 사전에 따르면 tenet은 주의, 교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감도 안 잡히죠? 네. 영어 사전은 테넷의 뜻을 아는 데에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테넷은 어디서 온 단어일까요?

 

사토르 마방진 (Sator Square)

 

위에 사토르 마방진 가운데에 TENET 보이시나요? 여기에서 왔습니다.

 

세상에, 사토르 마방진은 또 뭔가요? 일단 '마방진'은 영어로 Magic Square라고 불립니다. 스도쿠랑 약간은 비슷한데 마방진에서는 가로·세로·대각선 숫자의 합이 모두 같게 나오도록 숫자를 넣습니다.

 

사토르 마방진은 숫자가 아닌 문자 버전입니다. 그리고 가로로 읽으나 세로로 읽으나 똑같이 읽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옛날 서양에서는 마방진이 그려진 패를 목에 걸고 다니면 행운이 오거나 건강이 좋아진다고 믿었습니다. 점성술사들은 마방진을 신기한 것으로 여겨 그릇이나 은반에 새겨 부적으로 만들기도 했죠. 사토르 마방진은 성당 기사단이 그들의 상징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마방진입니다. 

 

또한 SATOR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ROTAS이죠? 이 두 단어가 위 아래, 양 옆으로 있습니다. APERO도 마찬가지로, 거꾸로 읽으면 OPERA. 


SATOR: (from serere=to sow) sower, planter, founder, progenitor (usually divine); originator; literally “seeder”.

AREPO: unknown, likely a proper name

TENET: (from tenere=to hold) holds, keeps, comprehends, possesses, masters, preserves, sustains.

OPERA: work, care, aid, labour, service, effort/trouble

ROTAS: wheels; you turn or cause to rotate.


테넷에 등장하는 악당의 이름은 사토르입니다.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은 남편 사토르에게 속박된 삶을 살아가는데, 사토르에게 위작 그림을 판 것이 큰 계기가 됩니다. 여기서 위작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이 아페로입니다. 테넷의 첫 장면은 맥락을 모르겠는 액션 씬입니다. 바로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나죠.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답게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고 가죠. 이때 사용되는 회전문이 바로 로타스입니다. 

 

테넷의 어원은 '붙잡다'또는 '지키다'입니다. 미래로부터 현재를, 과거로부터 미래를 지켜나가는 것이죠.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별로 와 닿지 않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이름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신경 쓴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런 디테일에 감탄하게 됩니다.

 


엔트로피 정도는 알고 가야...

 

사실 모르고 가도, 영화에서 연구자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줘요. 너무 간단해서 저는 이해 잘 못했어요. 옛날에 물리를 배우기는 했는데 도움은 안되더군요.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경험적으로 우리는 모두 물리를 알고 있어요. 가장 흔한 것이 '중력'이죠. 우리는 물건을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물건이 혼자서 내 손으로 올라올 수는 없어요. 엎질러진 물을 온전하게 다시 담을 수 없죠. 물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번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기는 어려워요. 시계의 태엽은 뒤로 감을 수 있지만, 시간은 뒤로 보낼 수 없어요. 다 당연한 소리죠?

 

이 당연한 현상들이 바로 엔트로피 법칙을 따르는 것입니다. 엔트로피는 원래 열역학 제2법칙이기 때문에 '열'에 더 밀접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엔트로피를 '무질서'라고 칭했을 때, 엔트로피는 무조건 증가합니다. 엔트로피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불가능해요. 미래를 예측할 순 있어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요. 이를 바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 무질서라고 할게요. 우주의 법칙이죠. 

 

하지만 영화 테넷에서는, 이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도록 설정했습니다. 우주의 법칙을 거스른 아예 새로운 세상이에요. 올 뉴 월드.

 

다 거꾸로 갈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영화에서는 '인버전'이라고 불러요. 인버전, 인버전 된 상태. 

 

만약 제가 인버전 했을 경우(즉 과거로 갔을 경우), 과거에 존재하는 '나'와 미래에서 온 '나'가 공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래에서 온 나는 '인버전 된 나'라고 부르는 거죠.  

 


인버전을 누가, 왜 하죠?

 

영화 테넷에서는, 현재를 공격하는 미래 세력이 있습니다. 바로 소련의 악당 사토르! 그 미래 세력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위해 인버전하는 것이죠. 무엇을 위해서? 그 이유는 영화 마지막 무렵에 간.단.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앞서 테넷이 '지키다'라는 뜻을 내포한다고 했습니다. 이 미래 세력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임무를 갖고 있는 조직의 이름이 바로 '테넷'입니다. 

 

 

그리고 테넷 조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가 '존 데이비드 워싱턴'입니다. 근데 이 배우는 영화 중 이름이 안 나와요. 이름이 없어.. 아무도 그를 안 불러요..

 


+ 캣의 키는 191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데, 캣의 역할을 맡은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정말 길어요. 테넷이 올 뉴 월드라 그런지 캣의 신장도 저에겐 너무 새로웠어요. 길다 길다 싶어서 한 180되나? 얼굴이 너무 작아서 더 길어 보이는 것 같다 싶었는데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그냥 길어요. 참고하세요. 

 

 


 

여기까지 테넷을 보러 가기 전 알고 가면 좋을 내용을 모아봤어요. [할아버지의 역설]이나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같은 개념은 영화 내에서도 꽤 이해하기 쉽게 대화가 이루어져서 여러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생략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 이해하지 못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놀라고 감탄하면서 재미있게 봤어요. 

 

불친절한 영화로 논란이 많은데, 이렇게 불친절한데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게 신기해요. 장면의 스케일이 엄청난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주인공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닐'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둘의 관계가 흥미로워요. 이 영화의 장르는 액션, SF, 그리고 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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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