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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서랍장

[건축] 가나자와 여행, 우미미라이 도서관

3층에서 내려다본 우미미라이 도서관

우미미라이 도서관의 탁 트인 내부에서 드러나는 것은 세련되게 빛나는 책장의 조명과, 원형의 계단실, 그리고 가느다란 기둥이다. 여기서 기둥은 아무 데나 놓이지 않았으며, 단순히 구조부재의 역할만 담당하지 않는다. 21세기 미술관에서 다가왔던 것과는 또 다른 웅장함이 느껴졌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며 어우러지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1층 입구

우미미라이 도서관의 1층 입구에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도 구비되어있다. 가나자와 여행 중에 내내 이런 작지만 큰 배려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부족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이러한 배려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더 특별하게 여겨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신체적 장애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공존하는 사회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1층의 모습은 매우 독특한 구석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은은함을 서서히 풍기고 있었다. 

 

우미미라이 도서관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고 촬영하기 위해서는 1층 안내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받아야 했다. 간단한 신상조사? 설문지 같은 것을 작성하고 간단히 설명을 들으면 ↓ 요렇게 생긴 작은 스티커를 준다. 누가 검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붙이고 다녔다. 귀엽다.

히히
1층 어린이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에는 낮은 책장들 켜켜이 놓여있고, 꽃처럼 펼쳐진 조명이 천장에서 똑 떨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개방감 있는 창문 너머로 한 면에는 차도가 있고 한 면에는 주택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은근하게 경쾌한 분위기다. 사실 여기서 제일 신나게 놀고왔다. 작은 의자들에 앉아보는 것도 신선하고, 아기자기하게 마련된 이벤트공간? 같은 것이 있어서 소망 쪽지도 적어 벽에 걸어 놓는 것도 완전한 동심이었다. 

 

 

도서관 2층

책장이 정말 너무 이쁘다. 2층은 보다 아늑하다. 일본어에 능했다면 아마 이곳에 오전 내내 앉아서 책을 읽지 않았을까? 아닐 수도 있겠다!ㅎㅎ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만일 내가 건축적 지식이 훨씬 풍부했다면 천장, 바닥, 내벽, 외벽, 요소와 요소가 만나는 디테일 등등 여러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며 감탄했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그저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구성되어있구나"라고 느낄 뿐이었다. 

 

전화부스?!

와우. 전화부스라니? 도서관 내부에 전화부스가 있다니? 도서관에 내내 갇혀있어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겠구나. 꽤나 실용적인 도서관이다. 방음이 되는걸까? 통화라도 해보고 올 걸 그랬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우미미라이 도서관의 전화부스를 발견한다면 방음이 되는 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이런 것도 있다

이런 것도 있다. 새로운 것이 이렇게 많을 일인가? 

우미미라이 도서관은 45m, 45m, 12m의 박스 형태이다. 작지 않은 이 공간에 2층과 3층을 아우르는 약 8m정도 높이의 보이드가 있다. 이 보이드는 3층의 바닥면적보다도 넓다. 즉, 3층에 올라가면 바닥의 절반이상이 아래로 뻥 뚫려있는 것이다. 이렇듯 넓고 높은 공간의 공기는 창문을 통해서 자연환기가 되는 것도 아닌데 공기질이 균등하고 굉장히 쾌적하다. 알고보니 냉난방을 바닥에서 처리하고 3층 내부에 따로 순환시설을 설치한 것이었다. 이 밖에도 바닷바람의 염분이 관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필터를 외기 흡입구에 설치하는 등 여러 장치에 의해 도서관의 깨끗한 공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처리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 세심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세심함인 것 같다.

 

 

간략한 도면

혹시나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 벽면에 새겨진 도면을 첨부한다. 사실 구글링하면 더 자세하고 질 좋은 도면을 구할 수 있지만 개략적으로만 알고 싶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토록 멋진 우미미라이 도서관의 설계자는 Coelacanth k&h architects 이다. 처음 접해보는 건축가 그룹이다. 어떻게 읽는 것인가. 코엘라칸스 케이 앤 에이치 아키텍츠...

찾아보니 코엘라칸스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알려진 물고기 실러캔스이고, K&H는 Kazumi Kodo와 Hiroshi Horiba를 지칭하는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이름이다. 코엘라칸스 코엘라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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