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무거나 서랍장

[건축] 가나자와 여행, 스즈키 다이세츠관

스즈키 다이세츠관

스즈키 다이세츠관은 타마가와 도서관을 설계한 다니구치 요시오의 비교적 최근 작품이다. 다니구치 요시오가 1937년생이라고 하니 타마가와 도서관이 지어지고 32년 후인 82세에 스즈키 다이세츠관을 지은 셈이다. 내가 머문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오전에 천천히 걸어서 이곳을 찾았다. 오는 길은 마치 길을 잘못 든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완전한 주택가의 모습이었고, 이 사이에 스즈키 다이세츠관이 모습을 담담하게 감추는 듯 드러내는 듯 있었다. 

 

입구

입구의 모습은 정말이지 담백하고 간결하다. 울창한 나무들을 배경으로 낮은 건물이 앉아있다. 앞에 놓인 조경은 약간 인위적이고 어색해보였는데 어느 정도 담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초입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잔잔한 물과 나무가 한 데 어우러진 모습이 창문 너머로 보인다. 분위기가 워낙 차분해서 그런지 이곳에선 모두 느린 발걸음과 낮은 목소리를 취했다. 

 

스즈키 다이세츠관은 가나자와 출신의 불교 철학자인 스즈키 다이세츠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내가 방문했던 때는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곳을 찾은 후였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해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에 들어서는 곳은 사진 촬영이 불가해서 눈으로 담을 수밖에 없었다. 좁고 길게 뻗은 복도를 따라 걸어간 후 다여섯 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공간이 나타난다. 전시 또한 건물의 입구와 같이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다시 완만한 슬로프를 따라 올라가면 학습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게끔 책상이 마련되어 있다. 책상에 앉으면 정면 유리창으로 '노지의 정원'이 보인다. 학습공간에는 작게나마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창 쪽 코너에 작은 의자 두어 개가 놓여 있어 외부를 바라보며 사색할만한 공간이었다. 

 

외부회랑과 사색공간 건물

학습공간을 지나서 드디어 외부회랑과 수경정원을 마주할 수 있었다. 건축 이론을 공부할 때 '건축의 시퀀스'라는 개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이것이 시퀀스인가 싶었다. 평면상 선들의 이어짐과 끊어짐이 지닌 의미가 쉽게 다가왔고, 어떻게 그 선들이 입체화되고 효과를 전달하는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깨끗하고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외부 회랑을 걸어가니 사색의 공간이 나타났다. 사진 상 순백색의 정방형 동이 바로 그것이다. 약 8m 정도의 높이이고, 사색 공간의 네 변은 구멍이라고 불러야 할지 문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 나있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장면을 보며 사색할 수 있었다. 천장에서는 동그란 천창에서 빛이 내려왔다. 

 

사색공간의 천창

사색공간에서 나와 건너편 작은 틈이 궁금해서 들어가보니 또 다른 정원의 입구가 나왔다. 여기에는 맑은 연못을 가운데 두고 산책로가 조정되어있었다. 경치가 아름다워서 연신 사진을 찍다 보니 숲 속에서 모기를 온몸에 물렸다. 조심하시길.

어찌 됐건 연못에는 잉어와 거북인지 자라인지도 살고 있어서 마치 생태학 체험을 온 기분이었다. 한국의 담양 소쇄원도 굉장히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정원

 

정원하니까 생각났는데, 가나자와는 '겐로쿠엔 공원'으로 상당히 유명하다. 일본식 조경을 엿볼 수 있고 사계절 특색이 잘 드러난다고 한다.

 

 

이 밖에 다른 가나자와 여행지

2020/07/25 - [건축 이야기] - [건축] 가나자와 여행, 스즈키 다이세츠관

 

[건축] 가나자와 여행, 스즈키 다이세츠관

스즈키 다이세츠관은 타마가와 도서관을 설계한 다니구치 요시오의 비교적 최근 작품이다. 다니구치 요시오가 1937년생이라고 하니 타마가와 도서관이 지어지고 32년 후인 82세에 스즈키 다이세�

level-up-life.tistory.com

2020/07/25 - [건축 이야기] - [건축] 가나자와 여행, 우미미라이 도서관

 

[건축] 가나자와 여행, 우미미라이 도서관

우미미라이 도서관의 탁 트인 내부에서 드러나는 것은 세련되게 빛나는 책장의 조명과, 원형의 계단실, 그리고 가느다란 기둥이다. 여기서 기둥은 아무 데나 놓이지 않았으며, 단순히 구조부재�

level-up-lif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