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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가나자와 여행, 21세기 미술관

은은하게 빛나는 21세기 미술관

 

21세기 미술관은 건축가 SANAA가 설계한 것으로 가나자와 시에 위치해 있다. 

가나자와는 흔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나에게는 생소한 도시였다. 오직 21세기 미술관을 보기 위하여 이 도시를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가나자와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2019년 3월 즈음이었고, 7월 초에 4박 5일의 답사 기간을 가졌다. 

작년 이맘 때쯤만 해도 코로나19라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가나자와를 가기 위해선 인천국제공항에서 고마쓰 행 비행기를 타고 고마쓰 공항에서 버스를 타면된다. 약 40분 정도를 가니 가나자와 역에 도착했다. 가나자와 역에는 버스 승강장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찾는데 지도와 현지인과의 소통을 총동원해야만 했다. 가나자와에는 셔틀버스가 있더라. 이름하여 가나자와 셔틀! 

여행 일정이 21세기 미술관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에 숙소도 당연히 이 근처로 잡았다. (참고로 숙소가 아주 좋았다.)

 

21세기 미술관은 1999년에 설계되어 2004년에 완공되었다. 흔히 건축학도들 사이에서 위계없는 건축으로 잘 알려져있다.

설계 부지는 원래 가나자와 대학 부속 초등학교, 중학교, 유치원이 있었던 장소로 가나자와 시의 중심부에 입지한 도심형 미술관이다.

중심부에 위치하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원형의 평면을 채택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잘 와닿지 않았다.

어찌됐건 숙소도 근처에 잡았겠다 원래 목표대로 밤낮,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자주 찾아오고 싶었다.

 

21세기 미술관 매표소
매표 정보

오! 매표정보가 일본어라 별 도움이 안될수도 있다. 그래도 대학생이면 꼭 국제학생증이 아니더라도 학생증을 보여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아주 운이 좋게도, 가나자와 역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데일리 버스티켓 자기는 이제 다 썼다고 내게 주셨는데 그 티켓이 있으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1세기 미술관의 전시는 크게 왼쪽과 오른쪽,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설계자의 공간의도와 약간 별개로 전시의도에 맞게 공간을 구분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 촬영도 오른쪽만 가능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매표소 바로 옆에 자리한 빛의 뜰이었다. 이곳에는 Leandro Erilich의 The Swimming Pool 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21세기 미술관의 대표적인 항구전시였다.  

Swimming Pool

흥미로운 사진은 따로 있는데 인물이 나온 관계로 이 밋밋한 사진으로 대체한다. 이곳 아주 재밌다. 

위에서 내려다봐도 재밌고 지하고 내려가서 올려다봐도 재밌다.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놀았다. 

 

전시관 7과 8사이

내부 전시 공간이다. 특히 전시관 7에서 전시관 8로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공간감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이 두 전시장은 평면상으로는 동일한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높이가 크게 차이난다. 

이곳에서 수직적인 확장이 선사하는 전시공간의 느낌을 확인하는 것이 흥미롭다. 

전시관 내부는 따로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천장 안쪽에서 자연광과 조명이 혼합된 은은한 빛이 확산된다.

 

 

Green Bridge

21세기 미술관은 설계를 할 때 어떤 작품을 담을 지가 고려되었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라도 담길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간이 아니라 오직 한 작품만을 위한 개별의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위에 보이는 것은 Blanc의 Green Bridge라는 설치 미술이고 이 작품은 2004년도에 설치되었다. 

21세기 미술관의 완공년도도 2004년이니 거의 동시에 탄생한 것이다. 

건축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건축이 된다니 멋지다. 

 

곡면 벽에 곡면 그림

곡면 벽에 곡면 그림이다. 

나의 미술관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가장 21세기 적인 미술관이다. 돌이켜보니 미메시스 미술관에도 곡면 벽에 곡면 그림이 있었던가? 

전시관마다 느낌이 다 제각각이다. 복도가 전시관을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전시관이 그냥 툭툭 무심한 듯 놓여있는 것 같다. 

 

제임스 터렐관

제임스 터렐관이다.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차분하게 앉아서 신선한 충격을 맛보았다. 밤에도 가보았는데 밤에도 색다르고 좋다. 

참고로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에도 제임스 터렐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생각하니 설렌다.

 

21세기 미술관

얇디 얇은 기둥들이 매력적이다. 21세기 미술관에 대하여 너무 칭찬일색인가? 

꽤나 좋았다. 작은 소도시에 이토록 매력적인 문화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풍요로운 일인지 목격한 것 같다. 

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국내 곳곳에도 새롭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건축공간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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