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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쿠마리에 관하여 (feat. 시타를 위하여)

Kumari Puja at Belur Math, 2017 (출처: flickr)

 

 

안녕하세요 디오니입니다 :)

 

저는 4년 전쯤에 인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 흔히 '인도앓이'라고 하는 것을 저도 겪었고, 여전히 생각이 많이 나요.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다른 문화 차이 때문에 충격을 여러 번 받아서 더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0^

 

그중에서 오늘은 '쿠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해요. 엄밀히 말하면, 쿠마리는 인도의 문화라기보다는 인도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국가인 네팔의 문화예요. 

 


쿠마리가 뭐예요?

 

쿠마리는 네팔의 살아있는 여신(Living Goddess)을 말해요. 저는 처음 쿠마리에 대해 접했을 때, 너무 생소해서 감이 잘 안 잡혔어요. 네팔에는 어린 처녀를 "성스서운 여성 또는 힌두 여신"이 깃든 존재로 추앙하고 숭배하는 전통이 있다고 해요. 여기서 어린 처녀가 바로 쿠마리입니다.

 

쿠마리(Kumari)라는 단어의 어원은 젊음(Young)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Kaumarya로 부터 비롯되었어요.

 

그리고 쿠마리가 되는 과정은 무척 까다로워요. 즉,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하죠. 쿠마리 후보는 네팔 네와리 불교 공동체 중에서 특히 샤카(Shakya) 계급에 속한 초경 전의 처녀에요.

 

몇몇 힌두 국가에서는 한 명의 쿠마리가 숭배되곤 해요. 반면 네팔에는 한 명 이상의 쿠마리가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카트만두(네팔의 수도)의 로열 쿠마리(Royal Kumari)에요. 

 

이 로얄 쿠마리는 카트만두의 중심에 있는 성에서 살아요. 그녀는 더욱더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죠. 쿠마리는 왕보다도 높은 지위로 여겨집니다. 그러니 얼마나 기준이 까다로울 지 예상이 가시죠?

 


쿠마리 선발 조건

 

1. 출혈의 경험과 몸에 흉터가 없어야 해요.

 


2. 전임 쿠마리가 사용하던 장신구를 고를 수 있어야 해요.

여신이 깃든 몸이기 때문에, 여신과의 영적 교감능력을 확인하는 거라고 하네요.

 

 

3. 정신력 시험!

목이 잘린 동물들의 머리가 놓인 어두운 방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시험이에요. 이 때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감정을 표출하면 탈락이에요. 

 

 

4. 국왕과의 별자리 궁합?

네. 국왕과의 궁합이 잘 맞는 아이여야 한다고 하네요.

 

5. 외모심사 32가지 정도가 있어요.

균형잡힌 발, 촉촉한 혀, 사슴의 허벅지, 직모이지만 오른쪽으로 도는 가르마(?) 등등 별의 별 조건이 다 있어요. 하지만 자세하게는 안 따진다고 하네요. 

 

 


쿠마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인도에는 툭하면 축제가 열려요. 어쩜 그렇게 축제가 많은지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대다수 축제가 힌두 축제였어요. 네팔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서 쿠마리는 특정 축제에 등장해서 추앙과 숭배를 받는 역할을 해요. 

 

즉, 쿠마리는 힌두 신의 성육신으로 믿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녀가 초경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신이 그녀의 몸에서 떠났다고 믿어요. 또한 심한 병에 걸리거나 부상 등으로 인해 출혈이 많아질 경우에도 신이 떠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쿠마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해요. (어떤 쿠마리는 초경을 하지 않아 무려 30년 동안 자리를 지켰어요.) 

 

그런데 더이상 쿠마리가 아니게 된 여자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요? 네팔에서는 쿠마리였던 여자와 결혼을 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미신이 존재해요. 쿠마리를 은퇴하고 매달 연금이 나온다고 해요. 10달러 정도..? 하지만 결혼도 하지 못하고, 네팔에서 여성 지위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보니 사창가에서 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옛날에 비해 교육의 기회가 조금 늘었다고는 하네요.

 


'시타를 위하여' 웹툰 소개

 

 

ⓒ하가

'시타를 위하여'는 벌써 6년 전에 연재된 네이버 웹툰이에요. 연재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후에 쿠마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을 때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아서 2017년 초에 보게 되었어요. 오래전에 완결된 웹툰이기 때문에 지금은 유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웹툰이라서 추천드리고 싶어요.

 

 

【기본정보】

- 작가‎: ‎하가
- 연재 기간‎: ‎2014. 06. 23. ~ 2014. 09. 06
- 단행본 권수‎: ‎2권 (2015. 05. 19. 完)

 

시타를 위하여는 총 14화로 구성되어 있어요. 14화면 굉장히 컴팩트하죠? '쿠마리의 탄생 배경'을 가볍게 알리고 '쿠마리 이후의 삶'으로 넘어가 흥미진진해요. 그림체를 비롯해 스토리와 구성이 아름다워요.  

 

아주아주 간략하게 스토리를 소개할게요.

 

달아나듯 네팔로 떠난 의사 '상민'은 쿠마리였던 여성 '시타'를 만나게 됩니다. 시타는 가난했고, 죽어가는 남동생을 위해 어릴적 쿠마리가 되어요. 그 후 초경으로 예외없이 쿠마리 자격을 상실하고 사창가에서 일하며 살아갑니다. 이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타는 상민을 따라 한국에 가서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단 1년만에 시타는 병으로 죽게 됩니다.

 

쿠마리를 소재로 한 유일무이한 웹툰인 만큼, 혹시라도 다른 문화와 세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재밌게 보실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애니매이션으로 제작하려고 텀블벅 펀딩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어찌저찌한 이유로 무산되었다고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쿠마리라는 개념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귀신들린 무당들은 있어도 신이 깃든 아이를 선발하고 이를 숭배하는 문화는 없잖아요. 어딘가에 있나?! 

 

인도에는 무려 4개의 공식 종교가 있어요. 네팔의 경우는 힌두교를 중심으로 하죠. (이들 국가와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또 엄청 풍부하죠. 여기서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힌두교는 흔히들 '다신을 섬긴다'고 알고있죠. 그래서 힌두교를 국교로 하는 국가의 문화는 비교적 다채로운 것 같아요. 신에 대한 개념이 열려있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쿠마리 문화도 지속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이렇게 다른 문화와 전통, '쿠마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그럼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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