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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LH 청년전세임대주택 구한 후기

 

지난 번에 LH청년전세임대 지역이첩신청 후 재계약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 참고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를 남긴다.)

 

LH 청년전세임대주택 재계약 상세한 방법

lh 청년전세임대주택을 처음 계약하고 어느덧 2년이 흘렀다. 2019년 10월에 계약을 했으니 2021년 10월이면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계약 당시에는 대학생 신분이어서 졸업 후에는 어떻게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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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을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LH매물이 서울 외 지역이라면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을 겪어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서울에서 전세 매물을 구한다는 것은, 심지어 LH가 가능한 융자없는 전세를 구한다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필자는 최상의 집을 구했다.

 

계약가능 기간을 단 1주일 남겨놓고 가까스로 구했다. 심지어 아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이다. 이 조건은 단번에 생긴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집을 워낙 많이 보러 다니다가 리스트가 생겼다. 왜냐구? 서울에는 정말 신기하고 기상천외한 집들이 많거든. 그래서 지금 구한 집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조건>

 

1. 최대금액인 1억2천을 넘지 않을 것

→ 몇 천을 더하면 조건이 좋아지기 때문에 마음이 여러번 흔들렸다. 견물생심이라고 일단 좋은 집을 보면 비싸도 끌렸다.

 

 

2. 23m² 이상일 것 (약7평)

→ 작더라도 오피스텔에 가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 언저리에서는 모두 15m²였다. 이 크기가 감이 안올 수 있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작다. 집을 구하는 이유가 여유시간을 활용해서 휴식도 취하고 활동을 하고자 함이었는데 이 크기에서는 잠만 잘 것이 뻔했다.

 

 

3. 서울 중심부에 위치할 것 

→ 구하다보면 점점 서울 외곽 매물까지 보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강동구, 강서구, 성북구, 멀리가면 과천까지. 이렇게 구하면 통근시간이 늘어나 결국 자취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노선은 회사에서 멀어야 30분 조건이었다. 회사가 종로구에 있기 때문에 정말 하늘의 별따기.

 

 

4. 벌레가 없을 것

→ 벌레가 있는 집에 살 바에야 본가에서 통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바선생님이랑 살고싶지 않았다. 집을 보다보면 벌레퇴치 스프레이가 떡하니 놓여있는 곳도 있다. 이런 집은 피했다. 

 

 

5. 지상층일 것

→ 지하는 습하고 공기도 안좋기 때문에 위 4번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게 뻔했다. 그리고 비가 올 경우나 치안이 염려되기도 하였다. 서울에서 1억2천이면 지하 매물이 정말 많이 뜬다. 이를 피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 매물도 4개 정도는 실제로 보러갔다.

 

 

6. 계단실 크기가 적절할 것

→ 계단실 크기가 무슨 말이냐 참 까다롭다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집까지 도달하는 계단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어떤 집들은 계단을 오르는데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만 같은 곳들이 꽤 있었다.(필자 키 161cm...) 이런 집에 이사를 오고 갈 생각만 해도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집은 퇴근 후 얼른 돌아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자잘자잘하게 여러 조건이 있었다. 동네 분위기가 너무 음산한 곳, 경사가 과도하게 심한 곳, 복도에 커튼이 있는 곳(봐서 하는 말이다), 단열이 안되고 한기가 도는 집, 기울어진 창문이 있지만 열 수는 없는 집(봐서 하는 말이다) 등은 피했다. 위 조건들은 사실 거창하게 '조건'이라고 명명할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인데 서울에서는 당연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을 어떻게 구했는가>

 

기적적으로 구했다! 운(도움) 60% 노력 50%였다고 생각한다. 나의 전략은 크게 네가지였다.

 

 

1. 되든 안되는 많은 집 보기

 

원하는 집의 조건은 까다로웠지만 일단 전세가 올라오면 거의 다 보러갔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과 같이 부동산 사이트를 모두 돌아다녔다. 총 몇 개의 집을 봤더라? 셀 수도 없다.

 

피터팬, 직방, 다방, 네이버부동산, 청년주택정보카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들어가본 단팥빵이라는 곳(여기 운영자가 사짜 냄새가 난다. 이런 지푸라기는 잡지 말고 거르는 게 낫다.) 등 매일매일 새로 올라오는 전세가 없나 들여다 봤다. 그리고 적~당하다 싶으면 전화하고 바로 보러 가거나 늦어도 다음날 보러갔다. 조금만 늦으면 다른 사람이 계약하기로 했다는 둥 이미 나갔다는 둥 하는 소리가 돌아왔기 때문에 서둘러야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니 이런 소리에 너무 좌절할 필요도 없었고 좌절감이 들지도 않았다. 왜냐면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 집들을 마음 급한 누군가가 먼저 채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

 

 

 

2. 부동산 중개인에게 간절함 드러내기

 

사실 사전전략은 아니었다. 실로 간절했기 때문에 간절한 목소리와 말투와 눈빛이 중개인에게 전해졌던 것 같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성의없는 중개인도 많이 만났다. 귀찮아한다거나 매물 정보를 제대로 모른다거나, 서울에서 그 가격에 대출되는 전세집 못구한다거나 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하지만 좋은 중개인도 많이 만났다. 집을 구해주고 싶어하고, 가능성이 있었던 집이 물거품이 되면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미안해하는 분들이었다. 

 

어떤 중개인 일지는 얘기해보고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러니 일단 엄청 친절한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중개인님은 나의 집을 구해주는 소중한 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3. 이거다 싶으면 바로 가계약금 걸고 계약하기

 

이거다 싶어서 바로 계약하려고 한 집임에도 불구하고 무산된 적이 두어 번 정도 있었다. 한번은 신축에 깔끔한 내부 공간이었지만 예산을 2천만원 정도 초과하는 매물 계약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워낙 전세 매물도 없는 데다가 "여기서는 도저히 못살겠다"싶은 곳이 많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가계약금을 넣고 권리분석 결과를 기다리는 데 집주인의 단순 변심으로 갑자기 천만원을 올린다는 통보를 받았다. 권리분석도 통과된 때였기 때문에 참 청천벽력같은 통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안하기를 천만다행이다. 예산 초과인 데다가 변덕심한 집주인 만나서 고생길 열릴 뻔 했으니.

 

이 외에도 "이 정도면 됐다"싶은 집이면 완벽하지 않아도 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뿜었다. "나는 꼭 서울에서 집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4. 친절하고 감사하기

 

이게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적잖이 받았다. 그렇지만 중개인님과 집주인을 대면할 때는 늘 상냥한 모습이었다(내 생각). 원래도 친절한 성격이긴 하지만 더욱 더(?) 배려있는 모습을 통해 좋은 인상을 주고자 했다. 만약 위에 나열한 조건을 부동산에 까다롭게 나열하기만 했다면 모두 내게 집 구해주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결론>

 

필자의 집구하기 성공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의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도와주신 분들의 은혜로운 스토리....

 

1. "그저 그런 집"을 다방 앱을 통해 보러갔다.

2. 이를 소개해준 중개인님이 나의 "간절함"을 느끼셨다.

3. 사회 초년생이고 내가 상냥해서(내 생각) 집을 구해주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내 생각)

4.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중개인님이 전화or문자로 알려주셨다.

5. 바로 보러갔다.

6. 인연이 아닌 집일 경우 4번 반복.

7. 아직 부동산 사이트 어느 곳에도 올라오지 않은 매물을 알려주셨다.

8. 이는 다른 부동산이 소유한 매물이었다.

9. 보러갔다. 

10.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누가 채갈 것 같았다.

11. 계약하기로 했다. 가계약금 같은 건 필요없고 권리분석 기다려주겠다는 집주인.

11-1. 오히려 가계약을 안받으니 다른 분한테 넘어갈까봐 걱정했다.

12. 그저 권리분석이 빨리 되기만을 기다렸다.

12-1. 권리분석 끝 (후에 알게된 건데 중개인님이 법무사한테 빨리 해달라고 여러번 요청을 했다고 한다. 빨리 안되면 나 집 못구한다고.)

13. 두 부동산(하나는 물건지, 하나는 손님지)과 함께 계약을 했다.

14. 갸아아아!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소중한 공간

 

내가 구한 집을 잠시 자랑하도록 하겠다. 일단 방이 두개다. 단열이 잘되고 창호가 좋아 따뜻하다. 주방이 분리되어 있다. 엄청 넓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거의 12~15평 정도이다. 출퇴근 버스로 30분 컷. 서울 완전 중심부다. 대로에서 한 블럭 들어와서 조용하다. 근처에 슈퍼가 있다. 대형 마트도 있다(차량 10분 도보 25분). 지하철 가깝다. 와 장점 너무 많다. 당연히 단점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장점에 모두 묻혀버린다!

 

 

자랑하려고 올린 글은 아니고, 너무 감사하고 기적같아서 쓰게 된 포스팅이다. 집을 구하고 계약하던게 10-11월 무렵이다. 은혜갚는 까치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집 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하는 포스팅..) 또한 신경 정말 많이 써주신 부동산 중개인님들께도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훗날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 이 중개인님들과 함께 부동산 계약하겠다는 꿈도 꿔본다!ㅎㅎ

 

 


마지막으로 서울에 집을 구하기 위해 이 긴 글을 다 읽은 분들에게 한 마디 드리고 싶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인연이 닿는 집 만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